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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16-01-29 (금)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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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바람
법률신문 서초포럼

천개의 바람(A Thousand Winds)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입력 :
 
사무실에서 여유 없이 쫓기듯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막냇 동생이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정밀검사 결과 뇌경색이 아니라 뇌종양이며, 중심부에 있고 환부가 너무 커서 손을 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잠시 의식이 돌아온 동생은 오히려 내 걱정을 하며 바쁜데 빨리 돌아가라고 링거를 꽃은 채 엘리베이터로 배웅까지 나오는 것이었다.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병원으로 가 함께 밤을 지내는 데 순간순간 상태가 너무 빨리 나빠졌고 대화조차 할 수가 없었다. 방법이 없다기에, 어렵게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국립 암센터로 옮기게 되어 1차 뇌수술을 하고 전쟁을 치르는 듯한 시간을 보내던 중, 1달 만에 결국 먼저 세상과 작별을 하게 되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면 함께 절을 하며 지내오던 동생이었는데, 이제 부모님이 아닌 동생의 영정사진이 내 앞에 있게 되었고, 그동안 형 노릇 한 번 제대로 못한 내가 동생 영전에 잔을 따르게 된 것이었다. 어느덧 애경조사의 일을 많이 겪어오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왔다. 그냥 모든 것이 아프고 힘이 들었다. 세월호 침몰하듯 활동하던 많은 일들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지게 되었고, 반응 없이 멈추어 버리게 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3년이 되어가고 있다. 만일 지금 동생이 살아온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더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려면 다시 또 여유 없이 열심히 살아가야겠지. 동생이 있는 납골당을 둘러보니, 젊은 나이에 잘못된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살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한 더욱 더 열심히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 요즈음은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되던 작자미상의 시를 기원으로 한다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임형주씨의 세월호 추모곡을 자주 듣곤 한다.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살아가는 일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특히 요즘 우리 사회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헬조선, 7포세대, 양극화, 수저계급과 같은 말들이 일상화되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말해 주고 있고, 갈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우리 법조 직역의 모습 역시 결코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하튼 내가 살아왔고, 싫든 좋든 앞으로도 함께 애환을 겪으며 살아갈 소중한 나의 사회이고 나의 직업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어쩌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서로에게 '천개의 바람(A Thousand Winds)'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따사로운 빛이 되어주고 밤에는 별 되어 지켜 주듯이 법조전문가로서 활동을 하고, 의뢰인들을 만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마음이야말로, 여러 가지 제도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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