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A씨(43)는 지난해 남편 B씨(45)와 이혼했다. 남편의 거듭된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재판 끝에 이혼하기로 한 것. A씨는 아이 셋의 친권과 양육권자로 지정됐지만 문제는 양육비였다.

법원은 B씨에게 "양육비로 월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A씨는 직업을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A씨는 남편 월수입이 500만원이 넘는데 양육비로 100만원만 지급하도록 한 것에 불만이지만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포기한 상태다.

법원이 이혼 후 여성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양육비 지급안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가정법원은 9일 공청회를 열고 양육비 산정기준표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법원은 부부 합산 소득을 7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하도록 한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만 20세까지 6단계로 나눠 산정한 것을 만 23세까지 7단계로 나눠 세분화했다. 수혜 연령 기준을 현행보다 세 살 더 높인 것이다.

법원은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소득별로 평균 9~27%까지 양육비를 높였다. 합산 소득 500만~599만원인 부부에게 18세 자녀가 1명 있으면 양육비가 월 157만원에서 173만원까지 대폭 오르는 식이다.

이와 함께 법원은 대학 등록금을 부모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만 20~23세 자녀에게도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법률로 만 19세 이하 자녀에게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에 재판에선 적용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조정으로 이혼할 경우에는 재판부가 새로운 양육비 기준표를 참고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중증 질환이나 장애 때문에 고액 치료비가 드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양육비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부모 한쪽이 고액 과외비를 요구하는 경우는 양육비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해 오는 30일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원이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서둘러 개정한 것은 이혼 여성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법원에 따르면 이혼 시 양육은 75%가 '어머니'가 맡는다. 여성들이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혼한 여성은 저임금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혼 여성이 가장인 가족은 빈곤율이 25.1%에 달한다. 이는 1자녀 가족의 빈곤율 8.7%, 2자녀 가족의 빈곤율 5.9%에 비해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