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영화를 공부하러 갔다가 스님이 됐어요."

　하버드대 출신으로 3년 전 미국에서 정식 교수가 된 혜민스님(36)은 한국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미국 명문대를 두루 다녔다.

　UC버클리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정식 교수다.

　`왜 스님이 됐느냐`는 질문은 그에게 단골 질문이다. 18일 종로에서 만난 혜민스님은 10년 전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대학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세상을 뜨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로는 답을 찾지 못했고 또 버클리대에서 만난 티베트 승려와의 인연 때문이기도 했구요."

　스님은 하버드 맹신론을 경계했다.

　"하버드 가면 성공하고 행복한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그보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스님은 18년간 미국 생활과 티베트불교, 동북아 불교에 대한 경험을 엮어 `젊은날의 깨달음-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라는 책을 냈다.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 불교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에요. 한국 불교를 알리는 데는 사찰 분원을 설립하는 것보다 유명대학 석좌 교수 자리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나아요."

　한국 선불교는 지난 60~70년대 미국에서 맹위를 떨쳤다. 베트남전을 반대하던 비트세대가 심취했던 종교다. 이제는 그 자녀 세대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예전에는 깨달음이 신비하고 거창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보살행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98년 뉴욕 불광선원 주지 휘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예비승려 자격)를 받았으며 조계종 종단으로부터 박사논문을 인정받아 2008년 직지사에서 구족계(정식승려 자격)를 받았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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