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의 판단 방법
대법원 2010. 8. 19. 선고 중요판결 요지
2010다30102 구상금등 (나) 파기환송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의 판단 방법◇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로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선의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그 처분행위 후
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소외 1이 이 사건 건물을 피고에게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다음, 자신이 선의의 수익자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① 소외 1은 건물을 신축하여 소유할 것을 목적으로 피고의 아버지인 소외 2로부터 충북 보은군 보은읍 (이하 리 명칭 및 번지 생략) 외 1필지(이하■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임차하여 그 지상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으므로, 이 사건토지 임대차기간이 만료한 경우 피고를 포함한 소외 2의 공동상속인들에 대하여 상당
한 가액으로 이 사건 건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임대차기간 만료시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기로 한 약정은 민법 제643조(원심판결에서 민법 제642조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이다) 위반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② 소외 1과 피고사이의 이 사건 건물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당시 이 사건 건물
의 시가가 195,940,000원 상당인데도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을 시가의 1/2 정도에 불과한 1억 원에 매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③ 피고는 매매대금 1억 원 중 이 사건건물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7,000만 원을 인수하였고 나머지 3,000만 원을 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금융자료를 제출하지못하고 있는 점,
④ 소외 1이 피고에게 자신의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건물의매수를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사해행위취소 및원상회복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먼저,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643조의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이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는바, 임차인에게불리한 약정인지의 여부는 우선 당해 계약의 조건 자체에 의하여 가려져야 하지만 계약체결의 경위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위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는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4. 8. 선고 96다45443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① 소외 1은 1993. 4. 피고의 부친인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임대차기간 5년, 차임 연 3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면서 임대차기간 만료 시에는 지상 건물을 철거하기로 약정한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여 볼링장과 슈퍼마켓을 운영하여 온 사실,
② 소외 1과 소외 2는 2003. 3. 31. 차임 등은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하여 임대차기간을 2년 연장하되, 임대차기간 만료 즉시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기로 약정한 사실,
③ 소외 2가 2006. 7. 사망한 후피고가 소외 1에게 수 회에 걸쳐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여 줄 것을 요청하자, 소외 1은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1억 원에 매수하되 매매대금 중 7,000만 원은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채무를 인수하고 나머지 3,0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매수할 것을 제의하였고, 피고가 이에 응하여 2008. 7. 8.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④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시가는 195,940,000원 상당이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은 1993. 4.경부터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까지 약 15년 동안 이 사건 토지를 보증금도 없이 연 300만 원의 차임만을 지급하면서 사용하여 왔으므로, 이와 같이 현저하게 저렴한 차임만을 지급하고 장기간 토지를 임차하는 대신 임대차기간 만료 시에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약정이 전체적으로 보아 반드시 일방적으로 임차인인 소외 1에게 불리한 약정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도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해야 할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만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당시 소외 1은 사업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할 필요에서 건물매수청구권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매수를 권유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소외 1이 피고에게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의 선의 또는 악의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고보기 어렵다.
나. 또한, 소외 1이 위와 같이 현저히 저렴한 차임만을 지급하고 장기간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여 온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건물의 매매대금으로 정한 1억 원이 지나치게 과소하여 정상적인 매매로 볼 수 없는 정도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1) 한편,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가 간과하고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법률적 관점에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을 범한 것이 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에서는 매매대금 중 임대차보증금 인수 부분을 제외한나머지 3,000만 원의 지급 여부에 관하여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다가 원심에서 제출한항소이유서에서 처음으로 ■피고가 소외 1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한 근거가 없다■라는주장을 하였고(기록 제255면), 이에 피고는 답변서에서 ■소외 1이 피고로부터 3,000만원을 수령하고 작성하여 준 을 제6호증(영수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답변하였으며(기록 제269면), 그 뒤 원심 변론과정에서 위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금융자료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서 다툼의 대상이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도 이를 적극적으로 석명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3) 원심은 그럼에도 피고가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금융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이 사건 매매계약을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나, 피고가 상고이유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예금통장 사본 등에 의하면, 피고 등 소외 2의 공동상속인들이 공동으로 매수자금을 출연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한 사정이 엿보이는바, 비록 상고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여 원심의 사실 인정을 다투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원심이 위 매매대금 지급에 관한 금융자료가 있는지 여부를 석명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의 선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판으로서 불의의 타격을 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라. 또한,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소외 1이 피고에게 자신의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사건 매매계약 당시 소외 1의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결국, 원심이 피고의 선의 항변을 배척하는 이유로 설시하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는 서울에, 소외 1은 보은에 각 오랫동안 거주하여 왔고, 피고와 소외 1은 친인척 관계도 아니며, 이 사건 건물 매수 이전에 위에서 본 임대차 외에는 아무런 거래관계도 없었으므로, 피고가 소외 1의 재산 상태에 관하여 알고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한 후 이를 제3자에게임대하여 현재까지 수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매매계약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특별히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소외 1의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지 못한 채 이사건 건물을 매수한 선의의 수익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사해행위취소소송에 있어서의 선의의 수익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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