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결혼한 이모씨(31)와 최모씨(28·여)는 지난해 5월부터 별거생활을 했다. 신혼집의 안방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두고 시작된 갈등은 종교문제로까지 증폭됐다. 결국 아내 최씨는 집을 나갔고 이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이씨는 아내가 가출해 부부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혼의 책임이 아내 최씨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가정법원 이옥형 판사는 이씨 부부에게 이혼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이씨의 청구처럼 아내 최씨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남편 이씨가 낸 위자료 청구도 기각했다.
이 판사는 대신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났고 그 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 민법 제480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며 이혼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사실상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만으로 이혼을 결정하는 ‘파탄주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법원의 이혼결정 사유가 ‘유책(有責)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무게중심이 쏠릴지 주목된다. 유책주의는 이혼 시 어느 한쪽의 명백한 과실을 찾아내는 것으로 대법원은 지금까지 유책주의를 인정해왔다. 법원은 부정을 저지른 남편이 아무 책임 없는 부인을 내쫓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의 하나로 유책주의를 고수해왔으나 최근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판사는 법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국가가 애정 없는 결혼을 개인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기왕의 혼인관계가 파탄났다면 고통이 덜 하게 혼인관계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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