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의 원칙 - 행정청이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부가하여 허가처분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9. 12. 3. 피고에게 자연녹지지역인 제천시 ▣▣동 ***-** 과수원 884㎡(이하 ‘이 사건 건축부지’라 한다)에 바닥면적 및 연면적 각 98.84㎡, 건축면적107.69㎡인 단독주택 1동(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의 신축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신고를 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 건축부지와 거기에 인접한 제천시 ▣▣동 ***-** 과수원 929㎡ 중 114㎡ 합계 998㎡에 관하여 개발행위허가신청, 농지전용협의요청 및 정화조설치신고(이하 이를 모두 합하여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를 하였다.
나. 피고는 2009. 12. 8.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제천시 ▣▣동 ***-*번지 일원의 진출입로는 그간 공사차량 통행을 반대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곳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6조[별표1의2]라목 주변지역과의 관계에 따라 위해 발생 등의 방지를 위하여 개발행위를 위한 공사용 차량 임시 도로를 확보하여 공사계획을 제출하라’는 취지로 원고에게 보완요구를 하였고, 2009. 12. 23. 다시 같은
내용의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응하지 않자, 2010. 1. 15. 아래의 이유를 들어 이사건 신청을 불수리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불수리 사유
□ 개발행위허가신청서 미비사항(불가사유)
○ 제천시 ▣▣동 ***-*번지 일원의 진출입로는 그간 공사차량 통행을 반대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곳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6조[별표1의2]라목 “주변지역과의 관계”에 따라 위해발생 등의 방지를 위하여 개발행위를 위한 공사차량 임시도로를 확보하여 공사계획을 제출하여야 하나,
○ 2차 보완 기간 내에 상기 내용이 보완되지 않아 건축신고서 일건서류를 반려함.
나. 원고는 2010. 2. 12.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같은 해 3. 29.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 19, 20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가) 평등의 원칙
한◈◈이 2005. 12. 20. 이 사건 건축부지 인근의 제천시 ▣▣동 ***-** 대지 8,836㎡, 도로 929㎡ 합계 면적 9,765㎡에 관하여 주택단지 및 진출입로 조성을 위한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허가를 신청하였을 때를 비롯해서 주변의 원룸건물 건축주들이 전에 건물을 신축을 할 때에는 한 번도 공사차량 통행을 위한 임시도로 확보를 요구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원고에게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비례의 원칙
이 사건 주택은 소규모여서 신축공사로 인한 주변의 피해가 제한적임에 반하여 피고가 요구하는 공사차량용 임시도로 설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므로 이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다) 민원
이 사건 주택의 신축공사를 할 때 기존 진·출입로의 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변 지역의 원룸 주인들로서 장래의 경쟁상대를 억제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므로 공익적 성격의 민원이 아니다.
(2) 피고의 주장
(가) 이 사건 건축부지 인근지역은 ○○대학교 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주택이 밀집된 곳으로서 면학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이를 내세우는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공사차량의 통행이 어려운 실정이며, 이에 따라 한◈◈도 자진하여 개발행위허가신청을 취소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건축부지를 포함하여 주변 9,014㎡의 토지의 소유주로서 나중에 전체 토지를 연접하려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이 사건 건물의 신축 허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 피고가 원고에게 공사차량용 임시도로 설치를 요구한 것은 이런 특수한 사정을 감안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건축부지는 제천시 ▣▣동의 ○○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교를지나 약 600m 정도의 거리에 있고, 이 사건 건축부지로 들어가는 도로의 왼쪽에 ◈◈대학교 동문이 보이며, 그 안쪽으로는 도로 양편에 원룸 건물들이 10여 채 줄을 지어있다.
(2) 이 사건 건축부지로 들어가는 도로는 폭이 4m 가량 되는 아스팔트 내지 콘크리트 포장길이고, 그 길을 따라 약 200미터 가량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골목의 위편에 ‘하늘마루’라는 원룸 건물이 보이며, 이 사건 건축부지는 그 마당에 인접한 오른쪽에 있다.
(3) 이 사건 건축부지로 들어가는 도로의 주변뿐만 아니라 ◈◈대학교 앞 큰 도로 변과 그 아래 사거리 인근에도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룸건물들이 많이있다. 그런데 최근에 ◈◈대학교 내에 600여명과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숙사가 2개나 들어서는 바람에 주변의 원룸에 살던 학생들이 그리로 많이 흡수되었다. 그래서 기존의 원룸 건물은 빈 방이 늘어나 대부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고, 그나마 새로 지어 시설이 좋은 원룸으로만 학생들의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특히 학교 가까운 곳에 있는 주민들은 외지인이 새로 들어와 학교 인근에 원룸을 신축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4) 이 사건 주택의 신축공사를 하려면 기존의 4m 도로를 이용해야 하고, 주민들의 반대를 감안하여 피고가 요구하는 것처럼 공사차량용 임시도로를 개설하려면 ◈◈대학교 동문 앞 큰 도로의 중간에서부터 타인 소유인 수 백 미터의 숲길을 통과하여이 사건 건축 부지까지 새로 길을 내야 한다.
(5) 한◈◈은 2005. 11.경 제천시 ▣▣동 ***-** 과수원 9.765㎡에 관하여 단독주택(다가구)부지조성을 위한 개발행위허가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12. 20. 공사로 인한 민원발생을 방지하고 민원발생시 사업자가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개발행위를 허가하였으나, 그 후 인근 주민들이 공사용 차량통행을 문제 삼으며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자, 한◈◈은 이를 해결할 수 없어 결국 2008. 11. 28.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소하였다.
(6) 이 사건 건축 부지 인근의 ‘○○ ○○’ 원룸은 약 3년 전에 신축하였고, 그 때피고는 허가과정에서 공사차량용 임시도로의 개설을 요구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갑 제7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10, 15, 16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포함),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주택부지는 ◈◈대학교 동문 근처에 있고, 들어가는 진입로가 비교적좁을 뿐만 아니라 진입로 양편으로 학생들이 기거하는 원룸이 밀집되어 있으므로, 이사건 주택 신축공사가 시작될 경우 공사용 트럭이 드나들면서 먼지와 소음을 유발하고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존 주민들의 생활과 학생들의 면학분위기에 다소간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2) 그러나 이 사건 주택은 바닥면적 및 연면적 각 98.84㎡, 건축면적 107.69㎡의 단독주택 1동으로서 비교적 작은 규모이고, 이런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 길게 잡아도 몇 개월이면 충분히 공사가 끝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방학기간과 개학 후라도 학생들이 수업 받는 시간대를 적절히 이용하면 면학분위기를 크게 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진입도로의 폭이 다소 좁은 편이기는 하나 기존의 원룸 건물들을 신축
할 때에도 그 도로를 이용하여 공사용 차량이 통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으며, 진입도로의 상태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적절히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분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주택가의 골목길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주택을 수선하거나 개축하기 위해서는 공사용 차량의 통행이 불가피하므로 이런 정도의 일시적인 불편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통상적인 수인한도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
단되며, 따라서 이 사건 건물의 규모가 그다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신축공사로 인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이런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가 진행될 경우 인근 주민들과 주변 원룸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사회통념상 수인하기 어려운 정도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앞서 본 증거 및 사실관계에 의하면 ◈◈대학교인근의 원룸건물들은 교내의 대규모 기숙사 신축으로 인하여 심각한 수요부족 상태에 처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의 원룸들은 비교적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한두 개라도 빈방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 새로 건립되어 시설이 좋은 원룸으로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새로 원룸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기존 원룸건물 주인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그래서 특히 외지인이 학교 주변에 새로 부지를 구입하여 그곳에 원룸건물을 신축하려고 하면 주변의 원룸건물 주인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4) 이렇게 기존의 원룸건물 소유자들이 수요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상태에서 다시 그보다 시설이 좋은 원룸건물이 신축되어 기왕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 원룸건물은 특별히 공익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수요와 공급은 원칙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겨져 있어 사업의 진출입이 자유로울 수밖에 없고, 아울러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시설
이 좋고 쾌적한 원룸건물이 들어서 기존의 업자들과 서비스경쟁을 벌임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기존의 원룸 주인들이 기득권 유지라는 경제적인 이유로 심하게 반발하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만 가지고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하기는 곤란하고, 실제로 피고도 이를 이 사건의 처분사유로 삼지 않았다.
(5) 원고가 피고의 요구대로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그에 따른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 공사차량용 임시도로를 개설하려면 그 길이만 해도 무려 200m 이상 되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막상 그 토지소유자들의 승낙을 받을 수 있을 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우므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6) 그럼에도 피고가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변지역과의 관계에서 위해발생을 방지한다’는 막연한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부가한 것은, 우선 그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적 행정목적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혹시 공익을 위해 그런 조건을 부가할 필요가 다소간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수단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는 명백히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7) 원고의 진정한 의도가 이 사건 건물의 신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더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장차 이 사건 건축부지 주변에 원룸건물을 신축하려는 데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향후 이와 관련한 행정신청이 있는 경우 그 시점에서 관계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공익을 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적절한 행정처분을 하면 족한 것이지, 이 사건 신청을 심사하는 단계에서 미리 직접 관련이 없는 원고의 숨은 의도까지 추측하여 이 사건 처분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8) 이 사건 처분은 근거가 부족한 행정목적을 내세워 지나치게 무리한 수단을 요구한 뒤 이를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처분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이는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재량의 한계를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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