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넘는 뇌물수수-강도강간·아동강간 “살인죄 맞먹는 중형 선고된다”
5억 넘는 뇌물수수-강도강간·아동강간 “살인죄 맞먹는 중형 선고된다”
국민일보 | 입력 2009.04.24 18:58 | 수정 2009.04.24 23:17 |
앞으로 5억원 이상 뇌물수수범이나 강도강간범, 아동강간범에 대해서는 살인범과 맞먹는 중형이 선고된다. 횡령·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대주주나 경영인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처벌하는 일부 관행이 사라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4일 김석수 위원장 등 위원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 임시회의를 열고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 배임, 위증, 무고의 8가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의결했다. 양형기준이 마련되는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며, 오는 7월 이후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관련기사 3면
양형기준은 개별 범죄의 특성에 따라 유형을 나눈 뒤 각각 기본형량을 정하고 감경요인과 가중요인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살인죄의 경우 범행 동기와 경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 및 성폭력 등 지속적 피해를 당한 경우는 형이 가벼운 1유형(기본 4∼6년), '묻지마 살인'과 청부살인 등 범행동기가 나쁜 경우는 형이 무거운 3유형(기본 10∼13년)으로 분류했다.
뇌물죄의 경우 뇌물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6개 유형을 설정했다. 5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토록 하고 5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기본 형량을 징역 9∼12년으로 정했다. 또 뇌물을 받은 공직자가 같은 사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났거나 사회적 명예가 실추됐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3급 이상 공직자이거나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 가급적 집유를 피하도록 했다.
성범죄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우 무겁게 처벌하고 주거침입, 강간 등 범행 수법이 나쁜 경우도 가중처벌된다.
횡령, 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는 지배주주와 경영인 등에 대해서도 통일적 양형기준이 적용되도록 해 '유전무죄' 시비가 일지 않도록 했다.
김광태 양형위 상임위원은 "대륙법계 국가 중에서 양형기준을 마련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유사한 범죄에 대해 일관성있는 양형이 선고되도록 함으로써 선진 양형제도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형위는 오는 27일 2기 양형위원회를 출범시켜 1기 위원회가 마련한 8대 범죄 외에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죄 등 다른 범죄로 양형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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