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기준 외부에 공개도 안 돼 당사자들은 전혀 몰라
현장상황 따라 발생비용 천차만별… 일률적용도 어려워
관련업체 간 유착 방지 등 투명성 강화 제도 마련해야
 

◇20~30평 적정 노무자 수 기준은 9~11명= 전국 법원 집행관 연합회가 마련한 강제집행 비용 기준은 주택 및 아파트 등 건물명도 강제집행에 필요한 적정 노무자 수를 면적에 따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10평(33.058㎡)이상 20평(66.116㎡)미만은 6~8명, 20평(66.116㎡)이상 30평(99.174㎡)미만은 9~11명, 30평(99.174㎡)이상 40평(132.232㎡)미만은 12~14명, 40평(132.232㎡)이상 50평(165.29㎡)미만은 15~17명 등이다. 50평 이상인 때에는 10평(33.058㎡)이 늘어날 때마다 2명을 추가할 수 있다.



1층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지하층이나 2층부터는 1개층 증가시마다 2명의 노무자를 추가로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나 사다리차를 쓰는 때에는 노무자를 추가로 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서 NPL회사의 경우를 보면 수도권 A아파트나 지방 B아파트나 모두 사다리차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준에 의하면 최대 노무자 투입 인원은 11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A아파트 강제집행을 담당한 집행관 사무소는 이보다 무려 9명이나 많은 노무자를 투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강제집행 비용 기준에 따르면 노무자 수를 기준과 달리 가감할 수 있는 경우는 △철공소, 카센터 등 특수기술자, 특수장비를 사용하는 경우나 △물품보관창고, 대형슈퍼마켓, 건재상 등 수거할 물건이 많은 경우 △대형유흥업소, 집단상가, 다세대 등 공동주택, 종교시설, 재개발지역 및 비닐하우스촌 등 집단적 저항이 예상되는 경우 △이밖에 집행이 극히 용이하거나 곤란할 경우 뿐이다.

◇인부 구하기 어려워 지방이 일당 더 높다?= 문제는 NPL회사 사례에서 보듯 기준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강제집행 비용 기준상 노무자 1인당 수당은 7만원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지방에서는 9만원으로 산정해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에 비해 지방에서 인부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집행관은 “강제집행을 당하는 채무자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아야 하는 등 일 자체가 힘든 데다 정기적으로 매일 이런 일감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당을 높일 수 밖에 없다”며 “더구나 서울과 달리 인구가 적은 지방은 그나마 노무자 구하기도 더 어려워 일당을 더 주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행관 출신의 한 법무사는 “실업률이 4%에 육박하는데 노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방이라 노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옹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법원 집행관 연합회는 올해부터 노무자 1인당 수당을 7만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서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집행관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현장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준을 지키긴 어렵다”며 “가끔 사건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비용 청구를 하는 집행관 사무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 당사자가 이런 기준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채권추심업체 관계자는 “그런 기준이 있었느냐”며 “강제집행을 많이 하는 우리 같은 전문업체도 모르는데 일반인들이 알기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와 유착 막고 강제집행 비용 기준 널리 알려야= 전직 집행관 출신의 한 지방 법무사는 “지역에 따라 강제집행 비용이 다르다기 보단 집행관 사무소마다 다른 것”이라며 “집행관들이 집행 목적물과 창고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목적물이 몇 개나 되는지 등을 파악해서 해야 되는데 실제로는 집행관 사무소 직원과 이사업체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사업체는 5~6명의 인부를 썼으면서도 14~20명 정도를 투입했다고 견적서를 올린다. 반나절 일해 놓고 하루 일했다고 견적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집행관들은 이런 일이 발생해도 묵인하는데 그 이유는 전임 집행관이 일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거나 분란이 발생하는 걸 꺼리기 때문”이라며 “이사업체 등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일일이 따지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집행관 사무소 직원이 보고하면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결재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행관은 편하게 돈을 벌면서 이사업체에 돈 좀 더 준다고 제동을 걸기도 껄끄럽다”며 “그래서 지금의 방식은 중구난방이다. 강제집행을 의뢰한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고 이사업체 등 특정업체에만 부당이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집행관 사무소와 관련 업체의 유착을 막고 이미 마련돼 있는 강제집행 비용 기준을 널리 알려 사건 당사자들이 부당한 비용 청구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제집행 비용 시비를 막기 위해 노무자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채권자가 직접 관련 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는데 참고할만 하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집행관들은 집행관 사무소에 등록된 이사전문업체 등을 연계만 해주고 업체 선정이나 계약은 건물명도 강제집행을 위임한 채권자가 직접 하도록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노무비용만 예납하게 하고 나머지는 채권자가 직접 현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