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명절을 앞두고 성묘를 갔다가 조상 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의 땅에 조상 묘가 있었더라도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장남인 박 모 씨는 추석을 맞아 아버지 묘에 벌초를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묘가 사라진 겁니다.

수소문해보니 묘가 있던 땅을 사들인 김 모 씨가 공장을 짓겠다며 아예 묘를 없애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유골은 납골당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박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위자료와 함께 묏자리를 다시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박 씨에게 '분묘기지권'이 있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남의 땅에 묘가 있더라도 20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묘를 잘 관리해왔다면 묘의 점유권을 인정하는 권리입니다.

재판부는 "묘는 없어졌지만 납골당에 유골이 있는 만큼 묘를 원상태로 복원하고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땅 주인 입장에서는 땅을 사기 전에 묘 자리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뷰:조혜정, 변호사]

"땅을 살 경우 타인의 묘지가 있는지 살펴야 하고 모르고 샀는데 나중에 발견했다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개장과 이장을 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다만, 2001년 이전부터 있던 묘에 대해서만 분묘기지권이 인정됩니다.

이후 관련 법이 만들어져 남의 땅에 아예 묘를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로 오래 전부터 있던 묏자리를 놓고 묘 주인과 땅 주인 사이에 법적 분쟁이 빈번한 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YTN 이대건[dglee@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