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교법무사의 강제집행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4-07-01 (화)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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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 난무… 법정 예의 '실종'

변호사들 법리공방 떠나 인격 모독 발언까지
장기 불황에 일감부족… 팍팍한 생활고 겹쳐
말과 글, 행동이 갈수록 '날선 칼'로 변해가
사법시스템 신뢰추락으로 이어질까 우려도

최근 법정(法廷)에서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근거없는 모략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법정 예의’가 위험 수위에 다달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의와 존경 등 ‘선비 정신’이 흐르던 법조계의 전통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법률시장의 장기 불황과 일감 부족으로 변호사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법조인들의 말과 글, 행동이 갈수록 ‘날 선 칼’이 돼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조인들이 예의를 내팽겨치면 결국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형로펌 A사에서 일하고 있는 B변호사는 최근 자신이 파산관재인으로서 관리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을 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송을 당한 것도 불쾌했지만 원고측을 대리한 다른 대형로펌 C사가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 때문이었다.

C사 변호사들은 B변호사가 파산관재인 업무의 일환으로 실시한 신탁재산 공매를 업무상 배임이라 규정하며 별다른 근거도 없이 B변호사가 매각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듯 비방했다. ‘파산관재인인 B변호사가 총체적으로 업무상 배임행위에 공모하거나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 ‘신탁재산을 처분한 뒤 정산한 과정도 의문투성이’,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 등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B변호사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B변호사는 관련 사건으로 이미 원고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참다 못한 B변호사는 재판부에 장문의 참고서면을 내고 비방을 멈추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B변호사는 “소송에 이기기 위해 가능한 주장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명색이 변호사인 소송대리인이 일방적인 추리에 가득찬 주장과 함께 원색적으로 배임행위를 했다느니 관련자들과 공모를 했다느니 하는 등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은 자신들이 대리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들의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객관적인 사실을 증거와 함께 적시, 주장하고 이에 따른 법률과 법리에 따라 소송을 진행애야 할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도 B변호사의 지적을 받아들여 C사 변호사들에게 주의를 줬다.

이처럼 상대방 변호사를 범죄인 취급하는 일은 드물지만, 실력이나 인품을 깎아내리는 일은 빈번하다. 상대방 변호사의 주장을 ‘무지(無知)의 소치’라고 폄훼하거나 ‘억지 주장’ 또는 ‘실로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허위 주장’이라고 하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돈벌이를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글로써 살인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인신공격하거나 기업 관련 사건도 아닌데 상대방 변호사가 소속된 대형로펌을 비난하며 ‘대기업의 편에 서서 부자들만을 위해 영혼을 파는 부류의 인간들’이라고 모욕을 주는 경우까지 있다. 심지어 한 여성변호사가 수십년 선배인 상대방 변호사에게 “당신 실수하는 거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아 혀를 차게 한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의뢰인들이 ‘쌈닭형’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의뢰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쇼맨십을 보여주기 위해 별 것 아닌 일에도 더 심한 말을 하는 변호사들이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지 법정 안에서 변호사들끼리 심하게 비난을 주고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낌새가 보이면 재판부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거나 생떼를 쓰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합의부 부장판사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단독 판사들은 젊은 편이다 보니 변호사들이 말을 가로 막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감치 등의 대응을 해야 하는데 ‘막말 판사’로 몰릴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본보가 실시한 법의 날 특집 ‘로펌 평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현직 판사 120명 가운데 상당수가 변호사들의 변론 활동 중 개선이 요망되는 사항 가운데 하나로 ‘법정이나 서면에서 상대 소송대리인에게 인신공격적 발언을 하는 경우’와 ‘재판장에게 항의성 발언을 거듭하며 재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경우’를 꼽기도 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조인 배출 통로가 다원화되면서 선후배라는 연대감이 떨어진 데다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 탓”이라며 “법조인이 서로에 대한 예의를 내팽겨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말과 글은 양날의 칼이다. 변호사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비 정신을 가져야 할 변호사들의 말과 글조차 점점 험해지고 있어 문제”라며 “법조인으로서의 품격과 상호간의 예의, 선비로서의 금도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