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교법무사의 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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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11-01-06 (목)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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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직역통합 논의를 바라보면서 ...

법률신문

[ 2011-01-06 ]

법조 '직역통합' 논의를 바라보면서

이천교 법무사(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 연구위원)

얼마 전 법률신문의 한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로스쿨이 첫 졸업생을 내는 2012년이면 2,500여명의 변호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며, 이는 변호사업계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고 한다. 경제규모도 우리보다 크고 인구 1억2,700만명의 이웃 일본의 경우도 로스쿨을 통해 매년 2,500여명의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는데, 경제규모도 작고 인구도 5,000만인 우리나라가 내후년부터 똑같은 수의 변호사를 배출하게 되는 것으로서, 결국 일본과 비교해 인구 대비 2배가 넘는 변호사를 내놓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송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당장 2012년부터 변호사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전대미문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당초 로스쿨제도의 취지는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법조인들이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여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있었는데, 그 다양한 영역에는 이미 다른 전문 자격사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포진하고 있고, 게다가 별도로 신규 전문자격사의 선발을 계속하고 있다보니, 불가피하게 이제는 양 직역의 충돌문제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논의의 시작은 2008년12월15일,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진행한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선진화 방안’이라는 심포지엄에서였다. 이때 처음으로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세무사, 관세사 등 5개 직역을 변호사 직역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후 2010년3월8일, 국회 법조인력양성제도개선소위원회 산하 법조인력양성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있었으며, 금년 4월 법무부에서는 ‘법조인접직역 업무조정 및 통폐합 방안연구’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 조만간 그 연구용역의 결과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들어 부쩍 이 직역통합문제와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법조직역 통합문제에 대하여 앞으로 각 직역단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의 기회가 있을 것이고, 우리 법무사측 역시 아직 공식적인 의견수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다 진정성 있는 통합논의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어 보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만 해도 각기 다른 그들의 역사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전문직역 내지 법조직역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돼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세계의 수많은 나라마다, 그리고 같은 나라에서도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법제도 및 법조 전문직의 내용은 매우 다양할 것이며, 어느 하나의 제도만이 보편타당한 제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 혹은 독일과 달리 법조직역으로 변호사 이외에 법무사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바, 그 연혁으로 치면 오히려 변호사보다 더 오래된 113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정식으로 ‘법무사법’에 근거한 법률전문가로서 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민들의 법률생활과 가장 밀접한 법률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대에 미국의 법인류학자인 린다 루이스는 한국에 와서 6개월간 법원을 현장관찰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몇 편의 관련논문을 남긴 일이 있는데, 여기에서 그는 한국에서 서민을 위해 애쓰는 진정한 법률가상은 법무사(당시 사법서사)에게서 나타난다고 밝힌 적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누가 시작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변호사만이 유일한 법률전문가이며 법무사는 ‘유사(類似)’ 내지 ‘과도기적’ 법률전문가라는 식의 논리를 공공연히 펴는 경향에 있고 특히 로스쿨제도의 도입 후에는 이러한 주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인접’ 자격사라는 표현 역시 사실상 ‘유사 자격사’라는 표현을 다소 완화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서, 마치 중심은 따로 있고 다른 자격사는 ‘변두리 자격사’라는 뉘앙스의 용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용어의 사용은 사실상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변호사 못지않게 활동하고 있는 다른 전문 자격사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그간의 역사와 현실을 비하하는 사고가 깔려있는 부적절한 용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국민을 위해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변호사직역을 위해 그동안 한국의 역사와 사회가 존재하여온 듯한 부적절 하고 일방적인 논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의 수가 많아져서 법무사제도가 필요 없을 때까지 우리사회가 변호사 직역을 위해 희생하고 기다리면서 살아오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문 직역 상호간의 진정한 통합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 못지않게 훌륭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온 다른 전문 자격사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는 전제로부터 시작해야 마땅할 것이다. 변호사직역은 오래전부터 제한 없이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변호사직역과 다른 전문 직역들 사이에 그것도 다름 아닌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동업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법령의 열악하고 과도한 제약으로 인해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마치 전문능력이 없어 못하는 것인 양 다른 직역을 폄하하는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입장을 바꿔 변호사들이 지금의 법무사처럼 소액소송대리조차도 할 수 없고 단지 서류작성 및 제출대행권한만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면 과연 얼마만큼 그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사회발전에 따라 변호사제도가 발전되고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듯이, 법무사제도 역시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 제도가 탄생하던 113년 전의 사회역사적 상황과는 너무나 달라진 현재의 상황에 걸맞게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국민을 위해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각 전문직역의 존재이유이자 사회적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제 법무사는 과도기적인 유사직역이므로 사라져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나, 대한민국 역사 이래 지속되어온 일방적인 변호사직역의 시장독점을 위한 노력은 항시 선이고 기득권 유지와는 무관한 것인 반면, 다른 전문 자격사들이 추구하는 제도 개선 노력은 불합리하고 바람직하지도 못하며 밥그릇이나 기득권을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등의 시각으로는, 상호 비방으로 일관하게 될 뿐 통합논의의 진정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논의 자체도 어려울 것이다.

더우기 외국의 전문 자격사 통합논의 사례는 변리사나 세무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의 경우에는 참고가 될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에서 법무사의 역사와 역할은 외국의 사례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한국의 법무사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모두 변호사가 하고 있는 직역이다. 일반시민들은 물론 심지어 전문가들조차도 법무사와 변호사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마치 외국의 솔리스터(사무 변호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여 오고 있음에도 이러한 국민들의 수요와 법무사의 사회적 역할에 부응하는 제도개선이나 정책적 배려는 113년이라는 그 오랜동안 전혀 외면되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법무사가 대부분 수행하고 있는 법인등기나 회사상업등기, 부동산등기, 경매나 채권압류 및 추심이나 전부명령과 같은 민사집행 업무, 개인회생이나 파산, 공탁, 가족관계등록업무 등은 사법시험과목도 아니며 전국 법과대학이나 로스쿨 등에서도 실질적인 교육 자체를 못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민사집행의 경우 사법보좌관이나 집행관이 담당하고 있는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변호사만이 이런 분야에서도 전문가인 양 인식돼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런 논의를 하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조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 사회에서 법무사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법무사’라는 전문직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수요 등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법률서비스 공급자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법률서비스의 구조적 개선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자칫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계속된 법조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사법제도가 들어온 이래 지금껏, 국민의 법률생활 문제에 가장 밀접하고 실제적이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온 직역중의 하나가 바로 법무사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한다면서도 정작 법무사는 단 한 번도 논의의 상대조차 된 적이 없었던 점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법조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될 상황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지는 법조인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법조계가,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직역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논리를 펴면서 서로 상대 직역에 대한 폄하나 비방, 내지는 밥그릇 싸움식의 소모적인 논쟁 속에서 스스로 추락해 가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진정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정성 있게 논의를 진행시켜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