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신기술을 활용해 온라인·모바일 금융시장에서의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금융생활도 변화를 맞고 있다.

2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제2금융권, 금융투자업권 전반에서 비대면 본인 실명 인증 기술 도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비대면 실명 인증이란 영상통화나 생체 정보 등을 바탕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개인을 식별해내는 과정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2일 유권해석을 통해 실명 확인을 여러 방식의 비대면 인증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 22일부터는 제2금융권에서도 비대면 실명 인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관련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써니뱅크에서 영상통화를 이용한 비대면 인증을 선보였고, KEB하나은행도 지문인증을 통해 계좌를 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연달아 비대면 입출금 통장을 출시, 이틀 만에 2000개 넘는 신규 계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기존에는 금융실명제에 따라 본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서명, 주민등록번호, 아이핀 등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가상공간에서의 영상통화로 신원을 파악하거나, 개인의 특정 정보를 활용해 본인 인증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과거 금융생활은 영업점 창구를 방문해 계좌 개설을 하거나 일일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비대면 인증 기술 도입으로 영상 통화를 하거나 홍채나 지문을 이용하는 등 일상의 모습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통화로 계좌를 개설한 40대 남성은 "영상통화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며 "본인 확인은 신분증 사본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하고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를 물으면서 간단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비대면 인증 기술 도입은 경기 침체, 저금리 시대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이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비대면 인증을 조급하게 도입하는 금융회사들의 모습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시장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제2의 카드 사태라도 발생할 경우, 새로운 기술을 소비자가 외면해 비대면 인증이 자리 잡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완전 비대면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비대면 인증 과정의 불편, 생체 정보 등에 대한 정보보호 문제는 여전히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을 사용해 생체 인증을 할 경우 정보는 단말기에 저장된다"며 "스마트폰은 이용할 수 있는 센서나 기능이 한정돼 있어 과거 금융권에서 강화해온 보안과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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