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교법무사의 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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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11-08-22 (월)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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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가처분 재판관련 小考 - 법률신문

이천교 법무사(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근래 몇 년 동안 각 지방법무사회와 각 지방법원 혹은 지원과의 간담회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가압류 가처분 관련 문제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늘 법관의 재판권 행사와 관련된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충분한 의견전달이 쉽지 않았다.

이 보전처분 재판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N법원에서 보전처분의 심리의 중점을 “보전의 필요성”에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여 매우 엄격한 기준하에 보전처분 재판을 하면서부터이고, 그 뒤 다른 일부 법원에서 이를 일응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과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근본적으로 독일의 보전처분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이에 의하면 지금 실무상 제기되는 대다수의 보전사건은 독일과 일본의 판례·학설이 주장하는 기준에 의하면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어야 할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률문화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실무관행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압류권자에게 저당권(부동산가압류)·질권(동산 및 채권가압류)자와 동일한 권한을 부여하는 우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다. 본안 재판도 하기 전에 채권자의 일방적인 가압류에 이렇게 막강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가압류만 가지고도 마치 만족적 가처분처럼 상당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그러한 특혜를 받게 되는 채권자에게는 보다 엄격하게 그 보전의 필요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현금공탁을 부담한다 해도 불만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압류권자에게 이러한 우선권이 없는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가압류는 단지 잠정적 보전처분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우리와는 전혀 그 제도적 출발과 여건이 다른 나라에서의 가압류 필요성 기준을, 우리나라에서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나 의견수렴 및 입법조치 등을 거침이 없이 일부 법원에서 그대로 재판에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법원의 경우 보전처분 재판의 기준(특히 보전의 필요성 등)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도 생겼는바,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국가 단일 법제 하에서, 법원이나 담당 판사에 따라 (개별사건마다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재판의 기준”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종의 풍선효과로 나타나서 2년 전 법률신문에 의하면(2009. 8. 28자), N법원을 피해 다른 법원에 접수되고 있다는 기사가 있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모습은 적어도 사법부의 재판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현금공탁 명령으로 채권자에게 많은 금전적 부담을 주는 방법을 통하여 가압류의 남용을 억제하려는 것 역시, 본래 채무자를 위한 담보제도를 전혀 다른 목적(채권자의 가압류 억제용)으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느껴진다. 특히 현금공탁 명령제도는 금전조달에 부담이 없는 기관이나 사람과 달리, 신용은 있으나 자력이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전처분의 이용을 못하게 하고 포기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을 수 있다.

또한, 담보제공액 중 상당액은 보증보험으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담보제공명령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채무자의 손해담보라는 본래의 제도목적에는 전혀 차이도 없으면서 채권자에게는 담보제공 액수를 예상할 수 없어 어려움을 주고 있고, 현금을 추가조달을 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가져오게 하며, 나아가 후발적으로 많은 번잡(별도의 공탁, 담보취소절차 등)을 유발하는 문제도 따른다. 담보 제공액의 예측가능성 및 법원 간의 형평성 등을 위해 정해놓고 오랫동안 내려오던 “담보제공 기준”의 존재이유와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사회에서 그동안의 보전처분 사건의 증가원인은 근본적으로는 우리사회의 특수상황과 더불어 경제사정(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보전소송이 증가하는 원인을 전적으로 “보전신청의 남용”이나“보전명령의 남용”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 역시 적절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본다. 과연 무엇이 가압류 남용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나 자료와 통계 없이, 결정적으로는 우리사회의 특수상황과 더불어 경제사정에 기인하는 가압류 증가 원인을 도외시 하고, 보전처분 건수의 증가 원인을 막연히 가압류 남용 때문이라고 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결과 그동안 법원 대책들은 모두 가압류 신청을 억제하려는 방향으로만 모아지고 있으며, 정작 부당한 가압류로 인해 피해를 본 채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제도에 대하여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점도 아쉽다.

그리고 그 어느 제도보다도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시되는 사법재판제도와 관련된 내용들, 더욱이 민감하게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주는 보전처분과 관련된 대책이나 제도를 제(개)정하여 시행함에 있어서는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또한 사전숙지 기간을 두고서 시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별사건들에 대한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권 행사의 문제와 모든 국민이 따라야 하는 재판절차나 재판제도 등을 만들고 개정하고 시행하는 문제는 그 차원이 다른 것일 것이다.

하나의 분쟁이 발생해서 복잡한 사실관계가 정리되어 법원을 거쳐서 하나의 재판을 받게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역할이 있어야만 한다. 법원에서 법관의 역할은 물론, 외부에서 법무사나 변호사 등의 역할 모두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실무관행이나 법률문화가 부족하거나 개선될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어느 한쪽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실무관행이자 법률문화일 것이므로 이러한 것들을 개선함에 있어서도 공동의 노력과 소통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법원, 변호사, 법무사 상호 간의 이해나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