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기준 법원마다 `들쭉날쭉`
개인회생 기준 법원마다 `들쭉날쭉`
같은 신청자인데 수원지법은 기각, 서울선 인가
주소지 옮기고 직업 위장…인가율 높은 곳에 몰려
2700여만원의 빚을 진 생산직 근로자 A씨(26)는 지난해 11월 수원지방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냈다. 수원지법은 "최근에 너무 많은 빚을 졌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한 달 뒤 A씨는 서울중앙지법에 똑같은 신청을 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신청을 받아줬다.
법원마다 개인회생절차 인가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쉽게 인가를 내주는 법원에 신청자들이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대법원이 집계한 '2008년 법원별 개인회생절차 인가율(추정)'에 따르면 창원 58.9%，대구 70.7%,서울 75.9%，울산 83.4%,대전 93.0%，부산 98.7% 등 큰 편차를 보였다.
법원별로 인가율이 들쑥날쑥한 것은 회생절차 인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원은 소득은 있지만 과다한 채무(무담보채무 5억원，담보부채무 10억원 이하)로 지급불능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는 개인채무자에 대해 △채무액 △재산과 소득 △빚을 지게 된 경위 △최근 채무 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개인회생 절차 인가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 기준은 없다. 예컨대 전체 채무 중 최근에 발생한 채무 비중을 뜻하는 '최근 채무 비율'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은 통상 6개월 이내 채무 비율이 50%를 넘으면 고의적으로 빚을 졌다고 보고 엄격하게 심사한다. 반면 부산지법은 최근 1년 이내 채무가 70% 이상，5개월 이내 채무가 30% 이상이면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법원별로 인가 기준이 차이 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채무자들이 인가를 쉽게 내주는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받기 위해 불법 · 편법을 저지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B씨(30)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실직한 이후 4500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대구지방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냈으나 "최근 채무 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이후 B씨는 주소지를 지인의 서울 거주지로 옮기고 직업이 있는 것처럼 증명서를 꾸며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회생 신청을 내 결국 인가받았다.
같은 법원 내에서도 재판부별로 인가 기준이 달리 적용되면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파산을 인가받기도 한다. C모씨는 지난해 초 사업에 실패하면서 2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다. 일용직으로 돈을 벌고 있던 C씨는 빚을 갚겠다며 회생을 신청했다가 남은 재산 중 망한 회사의 콘도 회원권이 재산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6개월 뒤 C씨는 같은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콘도 회원권이 재산 가치가 없다며 파산 신청을 인가했다. 개인회생 사건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과 재판부의 재량권은 당연히 인정돼야 하지만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의 면책결정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마무리한 개인 채무자는 지난해 1063명으로 1000명을 처음 넘어섰다. 개인회생 절차 졸업자는 2005년 1명,2006년 23명，2007년 16명이었으나 2008년 362명으로 크게 늘었다. 2004년 9월 개인회생제도 도입 이후 초기 신청자들이 회생 계획에 따라 3~5년 동안 빚을 갚고 법원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면책결정을 받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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