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절차 신청즉시 모든 채권자 권리행사 중지"
[ 2009-02-23 ]
"도산절차 신청즉시 모든 채권자 권리행사 중지"
법무부, 채무자와 공평한 이해관계 조정위해 '자동중지제도' 도입 추진
기업이 도산절차를 신청하면 그 즉시 채무자 재산에 대한 일체의 권리행사가 정지되도록 하는 '자동중지제도'가 도입된다. 채무자가 파산에 이르는 경우에도 담보채권자 등 선순위 투자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절대우선의 원칙'도 도입된다. 또 개인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집을 경매에 넘길 수 없도록 해 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법무부는 23일 학계와 실무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같은 내용의 통합도산법 전면 개정적업에 착수했다. 위원장에는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가 선임됐으며, 오민석 법원행정처 민사심의관과 한민·박용석·임치용 변호사 등 실무 전문가들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위원회는 우선 그간 기업과 경제부처에서 요구해온 자동중지제도와 절대우선의 원칙의 도입여부를 집중 검토한다.
자동중지제도는 파산 또는 회생절차를 신청함과 동시에 모든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자동적으로 중지되도록 하는 제도다. 채무자의 현 재산상태를 최대한 동결시켜 채권자와 채무자의 공평한 이해관계 조정을 도모하는데 취지가 있다. 현행법은 파산 또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우라도 채권자들이 기업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별도로 법원에 '보전처분'신청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1주일 이상 걸리는데다 기각될 때도 있어 일부 채권자들이 그 사이 해당 기업을 압박해 임의변제를 받는 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절대우선의 원칙은 우선순위 채권자의 빚부터 먼저 갚은 후 다음 순위 채권자의 돈을 변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담보권을 가진 선순위 채권자의 경우 기업이 도산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자신의 채권만큼은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함으로써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대해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는데 취지가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일정범위(예컨대 국민주택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개인회생절차에 포함시켜 은행 등 주택담보채권자가 별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저당권을 가진 은행 등 주택담보채권자가 개인회생절차와 상관없이 별제권을 행사해 언제라도 주택을 경매에 넘길 수 있어 서민들의 재기라는 개인회생절차의 의미를 무색케 한 경우가 많았다"며 "변제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채무자의 경우 살집을 잃을 걱정 없이 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조기회생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해관계인이 적은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채권 조사·확정절차를 생략하는 등 도산절차를 간소화하는 약식회생절차나 간이파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재산을 숨겨 놓은 뒤 채무초과인 것처럼 가장해 파산을 신청하는 등 채무자의 도산절차 남용사례를 막기 위해 채무자에 대한 재산조사과정도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폭증하는 법원의 도산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연방관재관(U.S. Trustee)과 유사한 별도의 도산사건 감독기관을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오는 8월까지 위원회를 운영해 개정안을 마련한 다음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12월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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