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가명)은 작은 회사에서 일하며 월 180만 원을 벌었다. 협의이혼하며 월세 보증금을 아내의 몫으로 넘겨주고, 아이를 위하여 100만 원의 양육비를 약속하였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열심히 일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 후 식당일을 하며 양육비를 보냈다. 수술 후에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을 모으는 대로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양육비 미지급을 이유로 한 이행명령이 청구되었다.

양육비 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이행명령 신청사건을 진행해 보면 협의이혼절차에서 합의된 양육비가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부부가 재판을 통하여 인정받는 양육비보다 상당히 높은 사례를 보게 된다. 이유를 물어보면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소득도 재산도 없어 양육비를 주지 못할 것이므로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정했다. 빨리 이혼하고 싶은 마음에 양육비는 관심이 없었다"라고들 말한다. 대부분 적정한 양육비의 산정과 현실적인 지급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결정한 듯하다.

가정법원은 당사자가 협의한 양육비부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한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집행권원이 되어 강제집행뿐 아니라 이행명령 신청이 가능하게 된다.

소득을 감추고 재산을 은닉한 회사 운영자, 재판이 열리는 날이 되어야 양육비를 지급하는 전문직 종사자, 미루고 미루다 감치결정이 선고되자 그제야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자영업자 등 악의적인 방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와 양육비 지급능력을 떠나 이혼 후 생사나 소재조차 확인되지 않는 부모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 화신에게 이행명령과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혹할 수도 있다.

물론 정해진 양육비는 사정변경이 생기면 언제든지 변경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과 절차라는 비용이 필요하다. 이혼 후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양육비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행될 수 없는 청사진이라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이혼 과정에서 양육비에 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서울가정법원이 발표한 양육비산정기준표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함께 있지 못해도 장차 나와 같은 모습으로 자라날 아이를 생각한다면 그 고민은 가볍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