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를 조작해 높은 장해등급을 받아준 브로커 일당과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와 노무사, 근로복지공단 직원 및 자문의사 등 일당 39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산재보상 심사 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 산재 브로커와 이들과 유착된 관계자 16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2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산업재해를 당한 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지정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를 첨부해 장해급여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단은 신청서를 접수받아 공단 자문의사의 심사를 통해 장해등급을 결정한다. 그런데 수사 결과 산재 브로커들은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금품을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 브로커들은 주로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으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브로커들은 환자에게 "높은 등급의 장해 등급을 받아주겠다"며 사건을 위임받고 환자들이 지급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를 수수료로 받았다. 이들이 불법 수수료로 받은 액수는 약 76억원에 달한다.
 
산재 브로커들은 받은 수수료 중 일부를 원무과장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제공하고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 및 자문의사 11명은 산재 브로커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공인노무사나 변호사가 아닌 산재 브로커들로부터 장해급여신청서를 접수받고 청탁받은대로 자문한 후 결과를 미리 통보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이모(53) 차장은 산재 브로커 3명으로부터 총 1억 2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또 근로복지공단 소속 자문의사 정모(46)씨 등 2명은 구속기소되고 나머지 자문의사 3명은 불구속·약식기소됐다. 이들 자문의사 5명이 수수한 금품은 총 1억 1500여만원 정도다.
 
산재 브로커 중 일부는 변호사나 공인노무사의 명의를 빌려 사건 알선 직원 10여명을 고용하는 등 기업형으로 활동하면서 19~24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산재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들 변호사 2명과 공인노무사 4명을 각각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약식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산재보상금은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 및 국가의 예산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결국 모든 국민을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심사 제도의 문제점은 관계기관에 개선을 건의하고 앞으로도 산재보상 관련 비리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