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압류신청사건이 많은 것은 신청의 남용보다는 가압류 제도를 통한 구제요청을 필요로 하는 사회 경제적 여건 때문이라는 주장이 법무사업계에서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서울남부지법과 서울중앙지법의 가압류신청사건 처리기준 강화와 관련해 신청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천교 법무사(의정부회)는 지난달 24일 서울중앙법무사회(회장 임덕길)가 논현동 대한법무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한 ‘가압류신청합의사건 심문제도의 제문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 법무사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외면한 채 신청을 제한하는 방법만으로 가압류사건 증가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 법무사는 “우리의 경우 사회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명의신탁이 만연하고 채무면탈을 위한 사해행위는 물론 주금대납 등을 이용한 껍데기 주식회사들이 산재한데다 민사집행제도를 통한 구제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강제집행면탈자에 지나치게 유리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법문화적 이유로 가압류신청의 필요성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법무사는 이어 최근 보전처분의 심리 중점을 기존 ‘보전채권의 유무’에서 ‘보전의 필요성’으로 옮긴 것에 대해 ‘불의타 재판과 다른 법원과 다른 재판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후 “남부지법의 ‘보전의 필요성’ 개념은 아직 우리 법조계에서 연구되지 못한 사례로 법률전문가조차 생소한 개념을 바로 재판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의타 재판으로 인한 문제를 가져오고 타 법원을 이용한 국민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무사는 또 목적물이 1억원을 초과하는 가압류신청합의사건에 심문제도를 도입한 서울중앙지법에 대해서는 “민사집행법이 임의적 심문제도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필요적 심문절차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는 신속한 보전처분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채권자의 사법접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