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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승현] 실제 사용한 변호사 비용과 상관없이 소송가액에 따라 소송 비용을 따지는 대법원 규칙(변호사 보수의 소송 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재판에 진 쪽에 변호사 비용을 부담시킬 때 승소한 쪽이 실제로 쓴 비용을 따지지 않고 금액을 정해 준다.

정모씨는 이 규칙이 부당하다며 2006년 헌재를 찾았다. 정씨는 2005년 김모씨로부터 43만6600원짜리의 민사소송을 당했다. 그는 소송에서 이기려고 300만원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200만원의 성공보수금 약정도 맺었다. 정씨는 재판에서 이겼다.

법원은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씨는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변호사 비용으로만 500만원을 썼지만 법원이 정해준 변호사 비용은 4만3660원(43만6600X0.1)에 불과했다. 그는 “비현실적인 변호사 비용 산정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 9명은 모두 이 규칙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대법원이 적정한 범위 안에서 변호사 보수를 산정하는 것은 소송 당사자가 변호사 비용 상환을 염려해 소송 제도의 이용을 꺼리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에 진 당사자로부터 상환받을 변호사 비용을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이 허용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소송 비용 계산의 범위와 기준은 국민의 권리 보호와 소송 제도의 합리적 운용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될 문제라는 것이다.

현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1억원짜리 민사소송에서 소송 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 보수는 480만원이다. 1000만원짜리 소송에서는 80만원, 2000만원 소송에서는 150만원 등 소가에 따라 10% 이하의 비율로 산정된다. 2억원짜리 소송은 680만원, 5억원짜리 소송은 980만원 정도다.

김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