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이혼 판결 “가출부모보다 조부모에 양육권
법원，이례적 이혼 판결 “가출부모보다 조부모에 양육권”
기사입력 2008-07-13 19:28
집 나간 부모 대신 아이를 키워온 조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한 판결이 나왔다.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할 때 부모가 아닌 사람에게 양육권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이모(24)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 남편 장모씨(34)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이혼토록 판결하면서 여섯 살 난 아들에 대한 친권자로 이씨를, 양육자로 아들의 조부모를 지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18세이던 2002년 아들을 낳은 뒤 혼인신고를 했으나, 도박과 외박을 일삼던 남편이 이듬해 가출하자 뒤따라 집을 나간 뒤 오랫동안 아들을 찾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이혼 청구소송을 내면서 "이제 내 아들은 내가 키우고 싶다"며 양육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씨 시부모는 양육권은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던 며느리가 못미더웠기도 했지만 아직 젊은 이씨가 재혼을 하는 데 아들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60대 후반의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밝혔다. 양육자가 장래에 모두 사망할 경우 이씨가 양육권 변경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이씨 아들은 혼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앞으로 양육자가 이씨로 변경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자 관계가 친밀해지도록 이씨와 아이가 한 달에 4일씩 만나는 면접교섭을 함께 판결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법원이나 국가가 아이들의 후견적 기능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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