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험담' 부인보다 '우유부단' 남편이 이혼책임 커
'시부모 험담' 부인보다 '우유부단' 남편이 이혼책임 커
기사입력 2008-07-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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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심훈 기자] 결혼 전부터 시부모와 갈등을 빚어 온 부인보다, 갈등을 방치한 채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남편이 이혼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동갑내기 부부인 A씨(26)와 B씨는 23살 때인 지난 2005년 결혼했지만 결혼 전부터 불거진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으로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결혼 당시 A씨는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군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A씨의 부모는 며느리 B씨에게 "아들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자신들과 함께 살고 B씨도 교회에 다녀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시부모에게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남편에게는 따로 연락을 해 "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으니 분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
아들 A씨로부터 며느리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를 전해 듣게 된 시부모는 격노해 결혼에 반대했으며 결국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일체의 경제적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처가의 도움으로 살림을 차렸지만, 남편은 시부모와 갈등을 만든 부인을 원망했고 부인은 시부모와의 관계개선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탓하며 싸움을 거듭하다 결국 이혼소송에 이르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2단독 지귀연 판사는 A씨와 부인 B씨가 "서로에게 이혼 책임이 있다"며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A씨의 책임이 더 크다"며 "부인에게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인 B씨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시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부부싸움 도중 시부모에 대한 험담과 욕설을 반복한 점 등 원고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B씨는 시부모를 찾아가려고 하는 등 관계회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반면 A씨는 관계 개선 노력을 도와주거나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계속 부인의 잘못만 비난하고 들추어냄으로써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부인과 시부모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행동을 함으로써 부인에게 상처를 주고 심지어 욕설, 집기파손 나아가 일방적인 가출로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점 등 이혼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혼사유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일단 결혼을 했다면 결혼 전의 잘못을 묻어 두고 실제 혼인 생활에 들어가서 누가 잘못을 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에 이른 뒤에는 시부모와 부인 사이의 갈등을 남편이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부인과 시부모 사이는 물론 부인과 남편 사이의 갈등의 골이 커졌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한편 "이들 부부가 처가의 도움으로 살림을 꾸려왔고 남편 A씨가 아르바이트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3살 난 자녀의 양육권도 부인에게 준다"고 판결했다.
simhu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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