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직원잘못에 법인-사업자 처벌 양벌규정 무더기 위헌
헌재, 직원잘못에 법인-사업자 처벌 양벌규정 무더기 위헌
직원이 잘못을 저질러도 고용인이나 법인에 동시에 책임을 지우는 양벌규정이 무더기로 위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으로 결정됐다.
헌법재판소는 창원지법이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백모씨에게 직원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에 대해 "도로교통법 양벌규정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위헌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와 함께 식품위생법,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폐기물관리법, 조세범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농산물품질관리법 등에 존재하는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모두 위헌결정을 내려 향후 양벌규정으로 처벌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의 재심신청은 물론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잇따를 전망이다.
헌재는 "양벌규정 중 종업원에 관한 부분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법인의 대표자가 저지른 위반행위로 법인에 동시에 책임을 지우는 양벌규정에 대해서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의 감독기관이 없는 법인 대표자의 행위는 법인에게 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공현 재판관은 "대표자의 잘못 뿐 아니라 경영방침이나 주의의사를 결정하거나 법인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조대현 재판관은 "종업원이나 대표의 잘못 중 법인 업무에 관한 것만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양벌규정 위헌결정이 내려진 법률로 인해 재판을 받거나 기소된 개인사업자나 법인은 `공소권 없음`으로 무혐의 처리되며 과거 해당 법률이 적용돼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양벌규정을 둔 361개 법률 중 204개가 개정돼 양벌규정이 삭제됐다.
[최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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